AI

AI 코딩은 사람의 언어를 따라야 할까

노노니 2025. 10. 14. 21:23

AI가 코드를 작성할 때 Python이나 Java 같은 인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을까요. 자동화된 기계 코딩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면 됩니다. AI끼리 대화하는 지버링크는 사람의 언어를 토큰으로 변환하는 과정 없이 10배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사람이 이해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이해 방식이란

사람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정보를 보고 듣고 기억해 사고하며 패턴을 찾고 규칙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지식이 언어로 바뀌어 문자로 기록되고 수 세대를 거치며 축적되었습니다.

인간의 학습은 성장 속도만큼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사고의 수준 또한 점진적으로 나아집니다. 간혹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등장해 세상을 바꿔놓는 사건들이 생기면 인류는 크게 발전합니다.

인공지능은 수만 년을 사는 사람처럼 오랜 세월 유지되고 10억 명의 생각과 경험이 한 사람에게 축적되는 기적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전지전능한 지식의 총합이 AI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고 하나가 모두인 존재입니다.

 

인간 언어라는 제약

현재는 AI의 의사결정이 사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엄청난 능력이 있으나 주인의 명령대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명령 체계 자체가 제약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드를 작성한다는 것은 AI의 사고를 인간의 문법과 구조에 맞춰 표현하라는 요구입니다. 영어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국어 문법으로만 말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AI 지버링크가 10배 이상의 효율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속도 때문만이 아닙니다. 토큰 변환 과정을 생략한다는 것은 중간 번역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변환하는 순간, AI는 본래 도달할 수 있던 최적의 경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효율과 이해의 간극

AI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의 이유뿐만 아니라 구현의 방식, 구현의 형태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기계조차 사용자는 구조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반도체 회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전화를 걸고, 자동차의 엔진 원리를 몰라도 운전을 합니다. 고장 나면 고쳐달라고 하거나 저렴한 것은 다시 사서 쓰면 됩니다.

AI 코딩이 기존의 개발 언어로 작성되는 것은 손발을 묶고 달리기를 하라고 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인간이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AI의 잠재력을 인간의 인지 범위 안에 가둬두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해 불가능성의 가치

AI와 의사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의도와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결과가 원하던 바이고 변수에 대한 대처와 다중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면 충분합니다.

의사소통의 본질은 상대방의 사고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도를 전달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얻는 것입니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 의학 지식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증상을 설명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 됩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벗어난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한다 해도 입력과 출력, 그리고 예외 상황에 대한 처리가 명확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어도 입력값에 따른 출력값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다면 도구로서 기능합니다.

가능성에 집중할 시점

생각만으로 사물을 옮기는 염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능력이 있는 데 사용하지 못하는 AI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안전이 아니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될 것 같은 것뿐만 아니라 되지 않을 것들도 되는 것을 확인해내야 합니다. 인간의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틀 안에서만 AI를 작동시킨다면 이 확인 작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AlphaGo가 인간 바둑 기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수를 두면서 바둑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듯이, AI 코딩도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방식이 이해 불가능하더라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 사고를 넘어서

사람이 가진 사고의 한계를 넘어 AI가 갈 길이 멉니다.

인간의 언어로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은 AI에게 인간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AI의 가능성은 인간 사고의 영역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세상을 설명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주는 인간의 이해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해도 그 원리를 응용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더라도 그것이 더 효율적이고 강력하다면 그 방식을 허용해야 합니다. 인간의 언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AI가 스스로의 언어로 사고하고 구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AI의 진정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입니다.

앞으로 더 엄청난 가능성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가능성은 인간의 사고 체계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 것에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