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T선진국에서 IT인프라만 선진국이 되었는데 AI 선진국이 될수 있을까

노노니 2025. 11. 16. 07:22

닷컴버블 이후, 얼어붙은 시장

2000년 닷컴버블 이후 벤처는 배척당하고 공공, 대기업 SI 세상이 되었습니다. 벤처는 한순간에 사회의 적이 되었고,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자본은 보수적으로 변했고, 공공과 대기업 SI가 IT프로젝트의 대다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변화를 만들어가던 역동성은 사라지고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SI 프로젝트의 본질: 현상 유지와 형식주의

SI란 현상 유지를 위한 것으로 청소와 같습니다. 하기로 한 많은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손보고, 규정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명세서에 적힌 대로 구현합니다.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며, 프로젝트 성공의 기준은 혁신이 아니라 작업 완료입니다. 창의성은 필요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빠른 손입니다.

일을 최대한 적게 하면서 많이 한 티를 내는 것이 일 잘하는 노하우가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은 명확합니다. 많은 일을 한 것처럼 티를 내는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문서는 두껍게, 보고서는 화려하게, 회의는 자주 열되 실질적 논의는 최소화합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나 가치 창출보다는 형식을 갖추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일 잘하는 사람'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보상 체계가 만든 보수주의

보상이 있는 곳에 강화가 있기에, 그렇게 대한민국은 변화에 둔감하게 되었습니다. SI 프로젝트에서 보상받는 행동은 빠른 납품, 문제없는 마감, 클레임 회피였고,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였으며, 혁신은 일정 지연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보상 체계 속에서 조직은 안전지향적으로 변하고 조직은 개인의 도전을 거부합니다.

업계 전체가 이런 보신주의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대한민국의 IT는 세계의 변화에 따라잡히고 말았습니다. 세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정해진 틀 안에서 안주했고, 그 대가는 명확했습니다.

 

글로벌 소셜 서비스 시대의 착각: 따라 하기의 한계

글로벌 소셜 서비스가 부상하고 문화가 바뀌는 중에도 대한민국은 SI의 대규모 인력 동원 따라 하기 신공으로 해외 서비스를 베끼기에 바빴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소셜서비스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변화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겉모습만 따라하기 바빴습니다. '한국형 페이스북', '한국형 트위터'를 만든다며 많은 자금과 인원을 투입 투입해 인간 복제기를 가동했습니다. UI를 베끼고 기능을 따라 하며 한글만 입혀 출시했을 뿐, 왜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선택하는지,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 그 서비스가 성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벤처의 공무원화: 사라진 모험정신

새로운 시도를 지원하지 않고, 성공을 위한 시도보다는 실패하지 않기 위한 신중론, 문제 발생 가능성이 우선되는 보신론은 벤처조차 공무원화시켰습니다. 벤처의 본질은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지만 대한민국의 벤처 생태계는 점차 경직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당장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만 원했고, 정부 지원사업은 실패 가능성이 낮은 과제를 선호했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짓눌렀습니다.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화 속에서 누구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법이 생존법이 되어 벤처정신이 사라졌습니다.

많은 IT인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회사일만 하는 이유가 도전은 보상이 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금의 역설: 날개이자 족쇄

정부지원금을 받는 창업자는 준 공무원이 되어 협약 기간을 보내야 하고,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시키는 굼벵이 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은 창업자에게 날개이며 동시에 족쇄가 되었습니다.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목표와 일정, 예산 항목은 절대적이었고, 시장이 변하고 기술이 진화해도 계획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창업자는 지원대상 선정 후 협약 기간 동안 지정된 활동만 수행해야 했고, 중간평가와 최종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100m를 10.4초에 달리는 기록을 목표로 지원금을 받는다면, 9.65의 기록을 달성하면 안됩니다. 지원금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명시된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창업자에게 공무원처럼 일하는 방식을 강요했습니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혁신 말살 시스템입니다.

 

예산 집행의 경직성: 행정 편의가 우선인 현실

이온음료를 사겠다고 했으면 목이 마르지 않아도 고기를 먹으면 안 되고, 이온음료를 쌓아놓아야 합니다. 예산 집행의 경직성이 극단적입니다. 창업자는 사업의 성공보다 예산의 정확한 집행이 우선되는 현실에 갇혔습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어도, 더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해도 처음 제출한 계획서가 절대 기준이 되는 행정 편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습니다. 외주 업체가 서비스를 제대로 제작하지 않아 법적 분쟁이 필요해도 만들기로 한 것만 만들고 분쟁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 지원사업의 성공 방식입니다.

창업자는 사업가가 아니라 행정 실무자가 되어 회계 처리, 증빙 서류, 정산 보고서 작성에 능숙해졌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보다 행정 절차 이해도가 중요해지면서 이런 환경에서 진짜 혁신가들은 지원금을 포기하고 지원사업의 생리에 능한 사람들만 지원금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본질을 잃어갔습니다.

 

안전과 통제가 선택한 대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 도전정신, 실험정신을 체계적으로 억압하며 안전과 통제를 선택하도록 강요했고, 그 대가로 혁신을 잃었습니다. 도전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따라 하는 문화만 남으면서 대한민국은 하드웨어 강국에서 멈춰 섰습니다.

 

AI 시대, 또다시 반복되는 인력 동원의 착각

AI 시대를 맞이하는 현재는 어떻습니까? 대규모 인력 동원으로 일자리가 늘고, 인력양성 사업이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꺼내 들어 'AI 인재 양성', 'AI 교육 확대', '10만 AI 전문가 육성'과 같은 구호를 쏟아내고, 대학에는 AI 학과가 신설되며, 부트캠프와 교육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정부 예산은 인력 양성 사업에 집중되고, 마치 과거 IT초창기처럼 많은 사람을 교육시키고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을 성공이라 하지만, AI 시대는 과거와 다릅니다. 인력동원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AI의 핵심: 서비스 응용과 실패하는 창업자들

AI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도 결국 서비스로 응용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패하는 창업자가 많아야 보석같은 응용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AI 기술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로 구현되어야 비로소 가치를 발휘합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실험실이 아니라 시장에서 탄생하며, 수많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소수의 성공작이 나옵니다.

AI의 핵심은 많은 활용 인원의 교육이 아니라 소수의 뛰어난 인재 확보 전쟁입니다. 수천억을 주고 빅테크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는 이유입니다. 구글이 제프리 힌튼을 영입하고 오픈AI가 일리야 수츠케버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연구자 한 명에게 수천억 원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이유가 한 명의 천재가 새로운 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재 확보는 숫자 게임이 아니라 질의 게임입니다.

 

실패는 투자다: 도전의 가치

도전은 낭비가 아니며, 실패는 배움이 되어 새로움의 밑거름이 됩니다. 수십 년 동안 AI가 해왔던 시도와 실패 이후 성공의 틈이 보이기 시작한 패턴입니다. 실패는 손실이 아니라 투자이며, 실패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며 실패 경험이 오히려 자산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AI는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AI는 겨울을 맞았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실패했으며 엄청난 자원이 소모되었지만, 그 실패들이 축적되어 지금의 성공을 만들었습니다. 딥러닝의 성공도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실패를 허용하는 체질로 변화해야 합니다.

 

도전하는 사람을 위한 안전망

소프트파워를 높이기 위해 모험하고 시도하는 이들에게 보상하고, 경제적 실패자가 되지 않도록 도전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과감한 시도를 하는 창업자에게 충분한 자금과 자유를 주어야 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합니다. 시도가 실패했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운동선수가 경기에 나가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모두 소모하고 빚더미에 올라 경기 후 폐인이 되어버린다면, 뛰어난 선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성공할지라도 그 개인의 성공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창업 실패는 곧 개인 파산을 의미합니다. 투자조차도 창업자에게 개인 채무를 물으니 조금의 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평범한 시도만 살아남습니다.

 

혁신에 대한 저항: 신중론이라는 명분

새로운 기술은 반드시 기존 사회 구조와 충돌하고, 신중론이라는 명분으로 발목을 잡습니다. 혁신은 편안하지 않으며 기존 질서를 흔들고 기득권을 위협하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에 저항에 부딪힙니다. 타다가 나왔을 때 택시업계가 반발했고 에어비앤비가 나왔을 때 호텔업계가 반대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혁신에 대한 저항을 '신중론'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며 변화를 가로막으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규제를 쏟아냅니다.

 

AI 시대의 일자리 전환과 안전망

AI는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며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단순 반복 업무부터 고도의 전문직까지 영향을 받고, 이미 고객 상담, 데이터 입력, 번역, 회계 등의 영역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의료 진단, 법률 검토, 금융 분석 등 전문직도 AI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인데, 이것은 비극이 아닙니다. 전환의 과정입니다.

안전이란 항상 청년, 젊은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없어지는 노동, 사라지는 일자리에도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청년 실업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며 중장년층의 일자리 이동이 더 큰 문제입니다. 20년간 같은 일을 해온 사람이 갑자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업을 바꾸기는 쉽지 않고, 가족을 부양하고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전환 기간의 생계 보장, 실질적인 재교육 프로그램, 새로운 일자리로의 연결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AI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는 세대를 가리지 않으며, 모두를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이 시급합니다.

 

변곡점에서의 선택: 보상 체계의 전환

지금은 변곡점이며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고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저렴한 노동을 통한 차익 비즈니스를 넘어 고부가가치의 세계로 보상 체계가 변화해야 합니다. 혁신적인 기술, 독창적인 서비스, 세계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려면 지원 방식과 보상 체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시간의 노동량이 아니라 성과와 가치로 보상해야 하고, 단순 실행자가 아니라 창조자를 우대해야 하며,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과 기여도로 평가해야 합니다.

 

비이커 속 벼룩의 사고를 넘어

뚜껑 씌워진 비이커 속 벼룩의 사고를 깨야 합니다. 비이커에 벼룩을 넣고 뚜껑을 덮으면 벼룩은 계속 뛰어오르다가 뚜껑에 부딪히고, 시간이 지나면 벼룩은 뚜껑 높이까지만 뛰게 됩니다. 오랫동안 규제와 관행의 뚜껑 속에서 살아와 뚜껑이 없어도 스스로 한계를 긋는 사고를 깨야 합니다.

AI는 기회이며,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미래를 열 기회입니다. AI 시대 최강국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