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보다 보면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이 읽은 책 목록을 공유하곤 합니다. 제목만 봐도 묵직한 경영서적, 철학책, 혹은 최신 테크 트렌드를 다룬 원서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책들을 읽어보면 내용은 어렵고 범위는 거시적 이어 딴 세상 이야기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흥미 없이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완독만 합니다.
관심사부터 다릅니다
테크리더나 오피니언 리더가 관심 있는 주제는 우리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들은 조직을 이끌고, 전략을 세우고, 시장을 읽는 위치에 있습니다. 당연히 거시적인 흐름, 경영 철학, 리더십에 관심이 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 프로젝트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기획서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쓸지, 협업을 어떻게 원활하게 할지가 더 절실합니다.
같은 '성장'이라는 단어를 써도, 그들은 조직의 성장을 생각하고 우리는 개인의 역량 향상을 생각합니다. 출발선이 다르니 읽고 싶은 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의 레이어가 다릅니다
그들이 추천하는 책은 이미 기본 지식을 충분히 쌓은 사람을 전제로 합니다. 기획의 기초, 프로젝트 관리의 원칙, 협업의 기본 룰을 이미 체화한 상태에서 읽어야 의미가 있는 책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기본을 다지는 중이거나,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방법론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고급 이론서를 읽으면 이해는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책장만 넘기다가 결국 덮게 됩니다.
필요한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세상을 바꿀 비전, 산업을 재편할 아이디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내일 회의에서 제시할 기획안, 다음 주까지 완성해야 할 스토리보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방법입니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그들의 책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방향성은 좋지만,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너무 멀지 않은 거리
성장은 계단을 오르듯 한 단계씩 이루어집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한두 계단 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열 계단 위의 지식은 아무리 좋아도 지금 당장 닿을 수 없습니다.
당장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이루려는 목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세상을 바꿀 꿈도 좋지만, 먼저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실행 가능한 것에 집중합니다
책을 읽는 목적은 결국 실행입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실행하는 것이 열 권의 유명한 책을 목록에만 담아두는 것보다 낫습니다. 언젠가 성장하여 읽게 될 책을 샀다면 나중에 읽으면 됩니다. 이해하고 피와 살이 될 날이 옵니다.
지금은 점진적으로 성장하면 됩니다.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리더의 수준에 이르러 그들이 읽는 책도 흥미롭게 다가올 때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