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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자들에게

AI 시대, 서비스 기획자의 자리

노노니 2025. 10. 15. 06:49

시간당 돈을 받는 직업은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을 반기지 않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에게 시간 절약 기술은 더 많은 업무를 의미하고, 더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니까요.

하지만 시간 단축은 비용 효율화의 본질적인 방향입니다. 더 많은 생산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의 삶이 개선되고 위험은 낮아집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AI는 정보통신, 데이터, 통계와 패턴을 다루는 영역에서 상당한 효율화를 가져올 겁니다. 실제로 AI 도구들은 이미 기획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경쟁사 서비스를 조사합니다. 과거에 며칠 걸리던 작업이 몇 시간, 혹은 몇 분으로 단축됩니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리포트를 만들고, 데이터를 표로 정리하는 일에 하루의 절반을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일들은 점점 자동화되고 있죠. 단순 반복 작업에는 시간 할애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효율화는 필요한 인력을 줄입니다. 과거에 1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되면, 9명은 다른 일을 찾아야 합니다. 이게 기술 발전의 현실입니다. 이미 온라인 서비스로 인력의 축소가 이루어져 왔으며 AI는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지식 노동의 인력까지 축소할 것입니다.

 

정보의 홍수와 AI의 역할

인터넷이 정보를 웹사이트에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바뀌었죠. 과거엔 제한된 정보로 의사결정을 해야 했고, 업계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정보 때문에 소비자는 정보를 선택하고 신뢰를 판단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정보 접근성을 높였을 때, 동시에 정보의 신뢰성 문제도 만들어냈습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왜곡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죠.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신뢰할 만한 것을 골라내는 수고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AI로 인한 정보통신의 변화는 이런 문제를 일부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왜곡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게 하고, 상업적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사람들의 판단력을 보완해 주는 거죠. 여러 출처의 정보를 교차 검증하고, 편향된 정보를 걸러내며,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줍니다. 소비자가 상업적 속임수에 덜 휘둘리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 역시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담고 있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거칩니다. 결국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판단력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서비스 기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시장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 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는 맥락을 읽고, 숫자 너머의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사라지는 직업, 변화하는 직업

기술의 발전은 효율성을 높이고, 이는 특정 직업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필요한 인력이 10분의 1, 100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사라진 직업은 많습니다. 전화 교환원, 타자수, 영사기사, 마부. 이들은 기술이 그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면서 사라졌습니다. 반면 변화한 직업도 있습니다. 회계사는 계산기와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사진작가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직업으로 남아있습니다.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라진 직업은 기술이 그 업무를 완전히 대체했고, 남은 직업은 도구가 바뀌었을 뿐 사람의 판단과 감각이 여전히 필요했습니다.

배가 가라앉고 있다면 탈출해야 하고, 좋은 엔진이 생긴다면 더 이상 노를 젓지 말고 프로펠러를 달아야 합니다. 노 젓는 일이 필요 없어진다는 사실을 노 젓는 사람들이 가장 늦게 압니다. 직종이 사라져야 알게 되죠. 이런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됩니다.

 

누가 남을 것인가

서비스 기획 영역에서도 인력 축소가 일어날 겁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직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합리적인 선택이죠.

그렇다면 누가 남게 될까요. 도구를 잘 다루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술이 할 수 없는 일, 자동화할 수 없는 판단을 하는 사람이 남습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의 최고 인재를 AI가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효율화로 인한 시간 단축이 크게 향상되는 경력자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서비스 기획은 디자인, 개발에 비해 직업 충격이 적을 겁니다. 디자인은 이미 AI가 레이아웃을 제안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UI 패턴을 추천합니다. 개발은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버그를 찾아내며 리팩토링을 제안합니다. 이 영역들은 결과물이 명확하고 패턴화할 수 있어서 AI가 빠르게 학습하고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비스 기획은 본질적인 차별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향을 제시합니다. 사용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어떤 경험을 설계하는가. 이게 핵심이 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서비스 기획은 IT 인력 중 가장 고연봉 직종이 될 겁니다. 기술적 구현이 쉬워질수록,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의 가치가 높아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