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회사에서, 온라인 강의에서 배울 때 답답한 순간이 있습니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수강생은 그저 받아 적기만 하는 주입식 학습입니다. 머릿속에는 질문이 가득한데 던질 틈이 없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넘어가야 합니다. 질문 없이, 의문 없이 알려주는 대로 기억했다 적어 내 점수를 얻습니다. 그렇게 배운 내용은 시험이 끝나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금방 사라집니다.
반대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배운 것은 오래 남습니다. 질문하고 답하고, 반론하고 토론하며 익힌 지식은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체득된 것이 됩니다. 대화를 통한 학습은 일방적 주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외우지 말고 이해하라
암기는 임시방편입니다. 시험을 위해, 발표를 위해 외운 내용은 목적을 달성하면 흐릿해집니다.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는 있지만 활용할 수 없습니다. 반면 이해한 것은 다릅니다. 왜 그런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면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려면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이 방법 말고 다른 방식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던져야 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단순히 암기했을 때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한 것을 체험하라
이해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직접 해봐야 합니다. 책에서 본 기획 프로세스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고, 배운 디자인 원칙을 화면에 구현해봐야 합니다. 체험하는 순간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발견합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다르네', '이 방법은 우리 상황에는 맞지 않네'와 같은 깨달음이 생깁니다.
체험 없이 이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손이 따라가지 않는 상태, 혹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머뭅니다. 직접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자신의 것이 된 것을 나누라
체험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든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나눌 때 더 단단해집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됩니다. 설명하다 보면 내가 놓친 부분, 애매하게 알고 있던 부분이 드러납니다.
또한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합니다. 같은 내용을 듣고도 다른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질문과 반응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화로 검증하고 한 단계 올라가라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반론을 들으면서 내 생각은 계속 다듬어집니다. 처음에는 확신했던 것이 토론 과정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막연했던 생각이 구체화되기도 합니다. 피드백을 받으며 틀린 부분은 수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합니다.
이 과정은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나의 관점이 편향되어 있는지, 논리적 빈틈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검증을 거친 지식은 더 견고해지고, 그 위에 다음 단계의 학습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반복하라
이해하고, 체험하고, 나누고, 검증하는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주제를 배우고 나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그 과정을 또 반복합니다. 계속해서 질문하고 대화하며 배웁니다.
이 순환이 쌓이면 학습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능동적으로 질문하게 됩니다. 혼자 고민하는 대신 다른 사람과 나누며 생각을 확장합니다. 그렇게 배운 것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대화로 배운 것은 단순히 머릿속에 저장되는 정보가 아니라 내 안에 체화된 지식입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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