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장은 물과 흙이 섞여 도자기가 되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물과 흙이 만나는 시작점
물과 흙이 있습니다. 흙이 조금씩 섞이기 시작하면 물기가 많아 흐물거립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대체 커서 무엇이 되려고 하나?’싶은 상태입니다.
흙의 비중이 높아지면 점차 찰흙이 됩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과 배움, 그리고 두뇌의 생물학적 성장, 지적 능력의 성장이 흙입니다.
진흙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능성입니다.
건조와 소성의 시간
찰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나면 그늘에서 말려야 합니다. 급하게 햇볕에 말리면 갈라지고 맙니다. 소위 주입식의 방식인데 역량 이상의 뜨거운 몰입식 교육은 가능성을 일찍 망쳐버리게 됩니다. 천천히, 서서히 수분이 증발하면서 굳어가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드러납니다.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건조가 끝나면 불에 익힙니다. 이것을 초벌이라고 합니다. 열을 받으며 점토는 단단해집니다. 물에 녹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전공을 선택하고, 일을 시작하며,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유약을 바르고 다시 높은 온도로 굽습니다. 재벌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빛나는 도자기. 전문가가, 달인이 됩니다.
성장의 단계를 건너뛸 수 없는 이유
나이가 들고 성장하며 지적 능력이 높아가는 과정이 이와 같습니다.
아동기는 물과 흙이 섞이는 시기입니다. 많은 것을 흡수합니다. 형태가 잡히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찰흙으로 형태를 빚는 시기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늘에서 마르듯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인기는 초벌을 거치는 시기입니다. 경험이라는 열을 받으며 단단해집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형태를 갖춥니다.
성숙기는 재벌을 거쳐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깊이가 생깁니다. 표면이 빛납니다.
서두르지 않는 성장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압니다. 각 단계를 건너뛰면 결국 깨진다는 것을. 급하게 말리면 갈라지고, 덜 마른 채로 구우면 터집니다.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과 단계가 필요합니다. 아동기에 성인의 판단력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청소년기에 성숙한 태도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각 단계는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입니다. 찰흙이 되는 시간이 있어야 형태를 빚을 수 있습니다. 건조의 시간이 있어야 불에 견딥니다. 초벌이 있어야 재벌이 가능합니다.
지적 능력의 발달도 서서히 이루어집니다.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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