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N세대로 불리며 부를 축적한 기업인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를 이끄는 리더로 보이지 않습니다. 시대를 이끌고 내일을 개척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입사와 추종의 차이
사람들이 어떤 기업에 입사하는 이유를 보면 그 기업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해외 테크 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창업자의 비전을 이야기합니다. 전기차로 에너지 산업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인공지능으로 정보 접근을 재정의하는 과정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리더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그 여정에 동참하려 합니다.
한국 기업은 다릅니다. 입사 지원 이유를 물으면 연봉과 복지, 기업 규모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안정적이고, 대우가 좋고, 이름값이 있어서 지원한다고 합니다. 경영자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회사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기업에 들어가 어떤 역할을 할지 보다 입사만 하면 회사가 나에게 고정적으로 무엇을 줄지가 중요합니다. 나의 능력이 아닌 기업의 재력을 우선합니다. 불상을 태운 나귀 같습니다.
단순히 지원자의 잘못은 아닙니다. 따를 만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장사와 기술은 다릅니다
돈을 버는 것과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별개입니다. 시장을 읽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테크 기업을 이끌 수 없습니다.
해외 테크 기업의 창업자들은 코드를 작성합니다. 제품 설계에 직접 관여하고, 기술적 결정을 내립니다. 엔지니어들과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무엇이 구현 가능한지 스스로 판단합니다. 이들은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입니다.
한국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은 다릅니다. 기술을 보고서로 받습니다. 전문가의 브리핑을 듣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 사이에서 본질이 흐려집니다. 어떤 기술이 혁신적인지, 어디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확장이 답은 아닙니다
여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성장이라고 여겨집니다. 플랫폼 회사가 금융을 하고, 커머스를 하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명목이지만, 정작 어느 분야에서도 결정적인 혁신을 만들지 못합니다.
해외 테크 기업들은 집중합니다. 전기차 회사는 전기차로 에너지 시스템을 재정의하려 하고, 검색 회사는 인공지능으로 정보 접근 방식을 바꿉니다. 사업이 확장되더라도 핵심 비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명확합니다.
한국 테크 기업들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호합니다. 모든 것을 하지만 어느 것도 산업을 재정의하지 못합니다. 직원들조차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창업자와 승계자의 차이
창업자가 여전히 경영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창업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전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실패를 반복하며 시장의 본질을 체득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경영 철학의 토대가 됩니다.
승계받은 경영자는 다른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구조가 있고, 지켜야 할 것이 많습니다. 도전보다는 유지가, 혁신보다는 안정이 우선됩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는 데 집중합니다.
테크 산업에서 이런 차이는 치명적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입니다. 보수적인 접근으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기술로 생각하는 것
기술 지식은 판단의 기준을 바꿉니다. 제품 개발 과정을 직접 이해하는 경영자는 다르게 결정합니다. 어떤 기능이 핵심인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스스로 압니다.
보고서로 기술을 접하는 경영자는 숫자에 의존합니다. 시장 조사 결과, 예상 수익률, 경쟁사 동향. 이런 데이터는 중요하지만, 기술의 본질을 담지 못합니다. 혁신은 숫자로 예측되지 않습니다.
한국 테크 기업에서 중요한 기술적 결정이 경영진의 직관이 아니라 보고 체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속도가 느려지고, 기회가 사라집니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리더십은 매출이나 시가총액으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 그 미래로 사람들을 어떻게 이끄는가가 본질입니다.
한국 테크 기업들은 시장을 따라갑니다. 해외에서 검증된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고 효율적으로 실행합니다. 빠른 팔로워 전략입니다. 이것도 중요한 능력이지만 리더십과는 다릅니다.
리더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습니다. 불확실해도 그 길이 옳다고 믿고, 조직을 설득합니다.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다음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줍니다.
복지와 비전 사이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은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해외 테크 기업의 직원들이 격렬한 업무 강도와 높은 스트레스 속에서도 일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상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안정적인 직장, 괜찮은 연봉, 좋은 이름값. 이것들이 선택의 이유입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괜찮아서 선택합니다. 경영자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소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공허함을 남깁니다. 회사는 인재를 끌어모으지만 방향성을 공유하지 못하고, 직원은 일을 하지만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크게 떠 먹은 것으로 충분한가
한국 테크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했습니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대를 이끌 수 없습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전환시키고,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테크 리더가 하는 일입니다.
지금 한국 테크 산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부자가 아닙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보여줄 수 있는 리더입니다. 사람들이 연봉이 아니라 비전 때문에 지원하고, 조건이 아니라 방향성 때문에 남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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