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 기획이든 UI 디자인이든, 작업자는 자신의 결과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렇게 했는지, 어떤 의도로 이 표현을 선택했는지. “예뻐서요” 혹은 “다른 데서도 이렇게 하던데요” 같은 대답은 통하지 않는다.
코딩에서 시작된 바이브(Vibe) 방식의 작업이 디자인과 서비스 기획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작은 신호 하나로 결과물이 뚝딱 만들어지고, 그 순간부터 끝을 알 수 없는 수정 작업이 시작된다. 밤새 수백 번 수정을 요청해도 AI는 짜증 하나 내지 않는다. 바이브는 그 특성을 무기로 삼는다.
바이브는 실력은 없지만 기교는 있는 조수 같다. 작업자는 그 조수의 손을 빌려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 결과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AI가 그것을 형태로 옮긴다. 결과가 의도와 다르면 설명을 더하고 조정하며 다시 시도한다.
문제는 AI가 사람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사용자는 AI가 알아듣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 이것이 바이브를 어렵게 만드는 본질이다.
시킨 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교가 있어 엉성하지도 않다. 멋진 뿔을 단 토끼가 탄생하기도 한다. AI의 결과물은 종종 초현실적이고, 이 예측 불가능성이 바이브가 줄 수 있는 창작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결과가 의도와 어긋났다면, 그것은 AI의 실패가 아니라 지시가 불충분했던 것이다.
바이브는 혼자서 수많은 시도를 반복하는 작업에 적합하다. 마치 좌우가 뒤바뀐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처음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이 AI의 방식에 적응하고, 그 오차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바이브는 아직 어려운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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