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니 | 실전 서비스 기획자의 인사이트 블로그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기획할 때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범위가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를 만들 때, 온라인 주문 플랫폼을 할 것인지 배달 대행 서비스를 할 것인지에 따라 다른 사업 방향과 규모, 경쟁 구도가 달라집니다.

 

서비스 범위 설정의 중요성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질문

스타트업과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아이디어는 명확해 보이는데, 막상 시스템으로 구현하려고 하면 복잡해집니다.

 

배달의민족 사례로 이해하기

배달의민족을 생각해 봅시다. 배민은 "온라인 주문 플랫폼"입니다. 고객과 음식점을 연결하고, 주문을 중개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배달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배달 대행"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만들고, 동시에 배달 기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배달 관리 시스템까지 개발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배민은 먼저 전단지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단의 음식을 온라인 주문할 수 있도록 확장했습니다. 음식점이 자체 배달을 하든, 고객이 직접 픽업하든 상관없이 주문만 연결했습니다.

배달 대행은 이후에 추가되었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자리를 잡은 후에, "배달도 우리가 해드릴게요"라는 서비스를 더한 것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온라인 주문과 배달 대행을 모두 하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다면, 온라인 주문뿐만 아니라 대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부터 서비스 운영까지 벅찬 모험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서비스인지 정해야 합니다

"음식 배달 관련 서비스"라고만 하면 범위가 모호합니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하는 것인지, 배달 대행을 하는 것인지, 음식점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인지에 따라 만들어야 할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라면 주문 접수, 주문 관리, 결제 시스템에 집중하면 됩니다. 배달은 음식점이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라면 배달 기사 관리, 배달 경로 최적화, 실시간 배달 추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주문은 이미 다른 곳에서 받은 것을 배달만 해주는 것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가

온라인 주문 서비스의 범위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만든다면 고객이 메뉴를 보고 주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음식점이 주문을 받아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결제를 처리하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이 서비스는 주문을 중개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음식이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되는지는 음식점의 몫입니다. 음식점이 자체 배달 기사가 있으면 그들이 배달하고, 없으면 고객이 직접 가져가거나 음식점이 다른 배달 대행을 이용합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의 범위

배달 대행 서비스를 만든다면 배달 기사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배달 요청이 들어오면 적합한 기사를 배정하는 로직, 실시간으로 배달 기사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 배달 완료 후 정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서비스는 물류에 집중합니다. 주문은 이미 다른 곳에서 접수된 것입니다. 우리는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음식을 옮겨주는 것"만 담당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주문했는지, 얼마를 결제했는지는 우리 서비스의 핵심이 아닙니다.

라이더를 관리해야 하고, 실시간 위치 추적, 경로 최적화, 긴급 상황 대응 같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경우

배민처럼 온라인 주문과 배달 대행을 모두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두 개의 서비스를 각각 구축한 것입니다. 주문 플랫폼이 먼저 완성되고, 그 위에 배달 서비스가 추가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두 가지를 동시에 만들려고 하면 자원이 분산됩니다. 주문 시스템 개발팀과 배달 시스템 개발팀이 따로 필요하고, 각각의 시스템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시간도 두 배로 듭니다. 무엇보다 어느 것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시장에 나갈 위험이 큽니다.

모두 다 만들 수 있고 운영도 잘 하는 경우가 있으나 서비스의 종류를 늘리는 것보다 좁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범위 변경이 가져온 차이

서비스 정의에 따른 개발 범위

어떤 서비스를 하기로 정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야 할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로 정했다면 "고객과 음식점을 연결하는 주문 플랫폼을 운영한다"가 핵심입니다. 주문 접수, 메뉴 관리, 결제 시스템, 주문 내역 관리가 주요 기능입니다. 배달 기사 관리나 배달 경로 최적화 같은 내용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로 정했다면 "음식을 픽업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가 핵심입니다. 배달 기사 모집 및 관리, 배달 요청 접수, 기사 배정 로직, 실시간 위치 추적, 배달 완료 처리가 주요 기능입니다. 메뉴 관리나 주문 결제 같은 내용은 우리 범위가 아닙니다.

 

시스템 구성의 차이

온라인 주문 서비스라면 웹과 앱에서 메뉴를 보여주고 장바구니를 관리하는 프론트엔드가 중요합니다. 주문 데이터를 처리하는 백엔드와 결제 연동이 핵심입니다. 음식점용 관리자 페이지도 필요합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라면 배달 기사용 앱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달 요청을 받고, 픽업 완료를 확인하고, 배달 완료를 처리하는 기능이 핵심입니다.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GPS 시스템과 최적 경로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실제 개발 규모의 차이

서비스의 방향에 따라 구현해야 하는 범위가 달라지는데 이 차이는 조금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몇 배의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서비스는 규모가 커지면서 복잡도가 상승하는 곱셈이므로 인력과 기간, 비용이 그만큼 커집니다.

두 배 서비스를 동일 기간에 만들기 원한다면 단순 산술적으로도 4배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복잡도가 높아진다면 인력의 실력도 상승해야 하기에 인력 단가도 높아지므로 비용이 6배가 되기도 합니다. 수 천만 원에서 수 십억의 견적이 작성되는 이유입니다.

 

서비스 확장은 단계적으로

배민의 서비스 확장 과정

배달의민족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시작할 때는 온라인 주문 플랫폼이었습니다. 음식점과 고객을 연결하고, 주문을 중개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배달은 각 음식점이 자체적으로 처리했습니다.

몇 년 후 배달 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자리를 잡고 나서, "배달까지 우리가 책임지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미 주문 데이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배달 수요가 많은지 알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온라인 주문과 배달 대행을 동시에 시작했다면 어땠을까요.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시장에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문 시스템도 불안정하고, 배달 서비스도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고객도 음식점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서비스 확장 사례

구글 애드센스를 보면 처음에는 웹사이트에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였습니다.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유튜브 영상에도 광고를 실을 수 있게 확장되었습니다. 웹사이트 광고로 모델을 검증한 후에, 비디오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결제 대행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신용카드 결제만 대행했습니다. 나중에 계좌이체, 간편결제, 해외결제로 확장되었습니다. 기본 결제 대행으로 시장을 확보한 후에, 결제 수단을 하나씩 추가한 것입니다.

 

단계적 확장의 장점

첫 번째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확장이 쉬워집니다. 고객 데이터가 쌓여 있고, 시장 수요를 알고 있으며, 기술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배민의 경우 온라인 주문 서비스로 음식점과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 주문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때 어느 지역부터 시작할지, 배달 기사는 몇 명이 필요한지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면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기반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배달 수요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배달 기사를 고용하고, 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서비스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무엇을 해결하려는 것인가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입니다. 배민의 초기 목적을 보면 "음식점을 찾기 어렵고, 전화로 주문하기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배달이 느리거나 배달 기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목적이 명확하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도 명확해집니다. 음식점을 쉽게 찾고 주문할 수 있게 하려면 온라인 주문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메뉴를 보여주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만약 목적이 "배달이 느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면 배달 대행 서비스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배달 기사를 모집하고, 배달 경로를 최적화하고, 실시간 추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을 것입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이유

한 가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여러 가지를 대충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배민이 온라인 주문에 집중한 덕분에 음식점 찾기와 주문하기는 매우 편해졌습니다. 메뉴 사진이 있고, 리뷰가 있고, 결제가 간편합니다.

만약 처음부터 온라인 주문과 배달 대행을 동시에 했다면 둘 다 중간 수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문 시스템도 불편하고, 배달 서비스도 불안정했을 것입니다. 사용자는 "이것도 저것도 애매한 서비스"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한 가지를 완벽하게 하면 사용자가 신뢰합니다. "주문은 배민으로 하면 편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나중에 "배달도 배민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 서비스가 성공하면 두 번째 서비스는 훨씬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경쟁 범위도 달라집니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하면 경쟁사는 다른 주문 플랫폼입니다.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곳과 경쟁합니다. 경쟁 요소는 메뉴 선택의 다양성, 주문의 편의성, 할인 혜택 같은 것들입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를 하면 경쟁사는 물류 회사입니다. 부릉, 바로고 같은 배달 대행 업체와 경쟁합니다. 경쟁 요소는 배달 속도, 배달 비용, 배달 품질 같은 것들입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 경쟁 범위가 모호해집니다. 주문 플랫폼과도 경쟁하고, 배달 대행 업체와도 경쟁합니다. 자원이 분산되고, 어느 쪽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집니다.

 

핵심 요약 및 시사점

아이디어를 시스템으로 만들 때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같은 "음식 배달" 아이디어라도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할 것인지, 배달 대행 서비스를 할 것인지에 따라 만들어야 할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온라인 주문 서비스는 주문 플랫폼에 집중합니다. 메뉴를 보여주고, 주문을 접수하고, 결제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배달은 음식점이나 다른 배달 대행 서비스가 담당합니다.

배달 대행 서비스는 물류에 집중합니다. 배달 기사를 관리하고, 픽업과 배달을 처리하고, 실시간 추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주문은 이미 다른 곳에서 접수된 것을 배달만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면 자원이 분산되고, 어느 것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배민처럼 하나를 먼저 완성하고, 나중에 확장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개발 기간은 1/3로 줄고, 필요 인력은 1/3로 줄고, 예산도 1/5로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실행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서비스 기획의 시작입니다.

 

실행을 위한 조언

시작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추가로 하면 좋은 것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멘토링을 통해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처음 생각한 범위의 80%는 나중에 해도 되는 것입니다. 핵심 20%에 집중하면 6개월 안에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를 다 하려고 하면 18개월이 걸리고, 그사이에 시장은 변합니다.

배민이 2010년에 시작해서 2015년에 배달 대행을 추가한 것처럼, 첫 번째 서비스로 시장을 확보한 후 두 번째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더 명확해집니다.

 

스타트업 서비스 기획 실전 가이드

아이디어 명확화부터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아이디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한지, 타겟 고객이 구체적인지를 점검합니다. 유사 서비스를 분석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 필요합니다.

 

범위를 설정합니다

두 번째는 범위 설정입니다.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선택합니다. 우리가 직접 할 것과 기존 것을 활용할 것을 구분하고, MVP 범위를 정의합니다.

 

실행 계획을 수립합니다

세 번째는 실행 계획입니다.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파악하고, 예상 일정과 비용을 산정합니다. 파트너십이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