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합니다. 개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어렵고, 디자이너까지 팀을 구성하려면 몇 천만 원의 인건비가 매달 나갑니다. 그래서 많은 창업자가 외주를 선택합니다.
외주는 필요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됩니다. 3~4개월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만들고, 이후 유지보수만 최소한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정규직 개발자 1년 인건비로 완성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외주사에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만 말하고 시작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외주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순간
외주사의 기획은 창업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주사의 서비스 기획은 단 몇 주로 계획됩니다. 해달라고 하는 대로 그린다면 서비스 기획 전문가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수 천만 원의 프로젝트에 뛰어난 서비스 기획자를 투입하여 충분한 시간 고민하여 서비스를 기획하지 않습니다.
"회원가입 기능을 넣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소셜 로그인이 필요한지, 이메일 인증은 어떻게 할지, 회원 등급은 몇 개로 나눌지는 창업자가 정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정해지지 않으면 개발 중간에 계속 물어봅니다.
개발이 50% 진행된 시점에 "이 기능은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요"라고 말하면 이미 늦습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일정이 늘어나거나, 둘 다 일어납니다.
작업 비중과 중요도의 역설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작업 비중을 보면 개발이 40~60%로 가장 많습니다. 기획은 20~30%, 디자인도 20~30% 정도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도는 다릅니다. 기획이 40~50%로 가장 높고, 개발은 30~40%, 디자인이 20~30%입니다.
시간은 적게 쓰는데 중요도는 높습니다. 이 역설이 많은 창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개발에 시간이 많이 드니까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획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개발과 디자인은 정해진 것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고, 화면을 그리는 데 시간이 듭니다. 반면 기획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문서를 작성하고 플로우를 그리는 데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듭니다.
하지만 잘못된 기획은 모든 것을 무너뜨립니다. 기획 단계에서의 실수가 개발 단계에서 몇 배의 재작업을 만들어냅니다. 기획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개발에서 더 큰 낭비가 일어납니다.
기획서가 있으면 달라지는 것들
서비스 기획서를 가지고 외주사를 만나면 대화가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이런 서비스요"가 아니라 "이 화면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동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견적도 정확해집니다. 외주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일정과 비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기획이 없으면 "대략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입니다"라는 모호한 답을 듣게 됩니다. 기획서가 있으면 "3,500만 원, 4개월입니다"라는 명확한 답을 받습니다.
개발 중 추가 요청도 줄어듭니다. 기획 단계에서 필요한 기능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개발 시작 후 "이것도 필요하네요"라는 상황이 거의 없습니다.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전문 기획자의 설계
창업자에게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서비스의 핵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안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그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라인 서비스로 만드는 일은 다릅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순서로 정보를 보여줘야 이해하기 쉬운지, 버튼을 어디에 배치해야 클릭률이 높은지는 창업자가 모르는 영역입니다.
온라인 서비스에는 회원가입, 로그인, 비밀번호 찾기, 알림 설정, 이용약관 동의 같은 기본 구성이 수없이 많습니다. 창업자는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못한 채 핵심 기능만 떠올립니다.
같은 서비스라도 사용하게 하는 방식과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회원가입을 먼저 받을지, 서비스를 먼저 체험하게 할지. 결제 정보를 언제 입력받을지, 사용자가 이탈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이런 사용성(UX) 설계는 전문 기획자의 영역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기획하는 것은 힘듭니다. 아이디어를 기획서로 옮기는 작업 자체도 어렵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서비스 흐름을 설계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전문 기획자는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을 사용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듭니다.
기획이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방식
기획의 중요도가 40~50%라는 것은 숫자로만 이해되지 않습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합니다.
기획이 명확하면 개발자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압니다. 디자이너는 어떤 화면을 그려야 하는지 압니다. 창업자는 진행 상황을 체크할 기준이 있습니다. 외주사는 견적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습니다.
기획이 불명확하면 모두가 혼란스럽습니다. 개발자는 중간중간 확인을 요청합니다. 디자이너는 화면을 여러 번 수정합니다. 창업자는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서야 "이게 아닌데"라고 말합니다. 외주사는 추가 비용을 청구합니다.
기획에 투입하는 8주가 전체 프로젝트 4개월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작업 비중은 20~30%지만 중요도는 40~50%입니다.
외주 비용을 결정하는 요소
외주 비용은 작업량으로 정해집니다. 화면이 몇 개인지, 기능이 몇 개인지, 연동할 외부 서비스는 무엇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기획서 없이 외주를 맡기면 외주사가 이것을 판단합니다. 그들은 안전하게 많은 기능을 포함시킵니다. 나중에 "이거 없었는데요"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기능까지 개발되고 비용이 올라갑니다.
기획서가 있으면 필요한 기능만 명시되어 있습니다. 외주사는 그것만 만들면 되고, 비용도 적정선에서 결정됩니다.
프로젝트 관리가 쉬워지는 지점
외주 개발 중에는 매주 또는 격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기획서가 있으면 "3주 차에는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완성되어야 합니다"라고 체크할 수 있습니다.
기획이 없으면 외주사가 보여주는 것을 보고 "맞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게 됩니다. 나중에 서비스 전체를 보고서야 문제를 발견합니다.
실무에서 반복되는 패턴
기획 없이 외주를 시작한 프로젝트는 중간에 멈춥니다. 개발이 70% 진행되었는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추가 비용을 들여 수정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기획을 먼저 한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창업자는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고, 외주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압니다.
창업 초기 외주는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 효율은 명확한 서비스 기획에서 시작됩니다.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전문 기획자가 사용 가능한 서비스로 설계하고, 그것을 기획서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체 작업의 20~30%에 불과한 기획이 프로젝트 성패의 40~50%를 결정합니다. 이 역설을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외주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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